전수현 자작시 #38
머리가 복잡하고
속이 울렁거려서
귤 하나를 깐다
껍질에서 터지는
그 향기 만으로도
귤밭이 눈앞에 와 있고
제주 바다도 이끌려온다
이 작은 머리통에
다 담지 않아도 될 것들을
마구잡이 쓸어 담고
인생 멀미 난다고
진상을 떨고 있는 나를 본다
세상에 그 무엇도
내 것 아닌 게 없는데
내 것이라는 이름 붙이려고
머리 터지게 살고 있구나
보관료 주고 쓰면
다 내 것인데
인생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라는 두통의 가르침
귤 향에
가슴이 탁 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