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치를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가치는 과연 판단의 대상인 객체가 될 수 있는 개념인가?
가치는 여러 가지에 붙는다.
존재 가치, 삶의 가치, 돈의 가치, 심지어 똥의 가치까지.
가치의 이름은 목적에 따라 붙는 것이 아니다.
맹목적이고 무목적인 모든 것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속성으로, 그 누구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의 가치는 이미 숫자화되고, 물질화되고, 규모화되어가고 있으며
규정된 틀 속에서만 호흡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가치는 더 이상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측정되어야만 존재를 인정받는다.
얼마인가, 몇 개인가, 얼마나 쓸모 있는가.
쓸모 없음은 곧 무가치로 번역되고,
느림은 뒤처짐이 되며,침묵은 무능으로 오해된다.
우리는 언제부터 ‘있음’ 그 자체가 아니라
‘쓸모 있음’으로만 존재를 설명하기 시작했을까?
그저 있음으로 존재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것이 가치가 아니었던가?
가치는 원래 비교의 언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차이를 줄 세우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각자의 고유성을 확인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꽃은 꽃으로, 돌은 돌로,
인간은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러나 비교는 판단을 낳고, 판단은 서열을 만들고
서열은 필연적으로 포용과 배제로 구분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묻지 않는다.
정말 가치가 사라진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그것을 보지 않기로 선택한 것인가.
어쩌면 문제는 가치가 변한 것이 아니라
가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하나의 잣대에 길들여진 데 있는지도 모른다.
가치는 원래 측정 가능한 것이 아니라
감각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설명되지 않아도 느껴지고, 증명되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을 세우기 전에,
그 기준을 세우는 우리는 과연 누구의 기준 위에 서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