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4. 썸

by 움이누나

당장 홍대로 달려올 것 같은 저지 남은 나에게 약간의 꾸지람(?)을 들은 후 겨우 진정되었다.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도 있는데 너 오는 건 너무 오버스러운 것 같다고 팩폭(?)을 날린 후,

다음 주 주말 친구와의 약속을 언급하며 서울에서 둘이 따로 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막무가내 오겠다던 저지남을 진정시키려고 그랬던 거지만, 지금 돌아보면 이게 바로 플러팅,,?)



그렇게 우리는 친구들 다 떼고 둘만 만나게 되었다.

그것도 홍대에서!!

(전화번호 교환도 이때 처음 하게 된 거 같다.)



홍대입구역에 내려 저지남을 찾기 위해 처음으로 전화를 걸었던 난, 문득 내가 무얼 하고 있나 싶기도 했고, 다시 만나는 저지남을 내가 또 알아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던 것 같다.


만나기 10초 전, 땅을 보고 걷던 내가 고개를 들어 정면을 봤을 때, 나는 단번에 저지남을 알아보았다.


‘아놔 오긴 왔는데, 쟤랑 나랑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하지? 어색할 거 같은데...’


신호등은 초록불로 바뀌고, 타 대학생인 2명의 남녀는 그렇게 밤새 홍대를 거닐며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어색할 것이라는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 저지남과 나는대화가 꽤 잘 통했고, 너무 편해진 나머지 대놓고 남자 좀 소개해달라고 노골적으로 부탁을 했다.


“야~ 너 그렇게 친구들 많으면 나 남자 좀 소개해 줘~ 저번에 k 시에서 한 미팅 정말 공치고, 지금 미팅, 소개팅 다 안 들어와~~ 대학 동기는 남자친구 있으니까, 나소개팅 좀 잡아줘라~”


저지남은 내 부탁에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어떤 남자 스타일이 좋냐 물어봤고, 이상형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나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렇게 술 한잔하지 않고 밤새도록 수다를 떨던 우리는 지하철 첫 차에서 줄 이어폰 한 쪽씩 나눠끼며 비긴 어게인 ost를 들었고, 지하철 창밖 일출을 바라보다 문득 깨달았다.



저지남은 나에게 절대 소개팅을 시켜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

저지남은 어쩌면 나를 좋아할 지도 모른다는 것.

나는 이 남자와 어쩌면 사귀게 될 것 같다는 것.


그때부터 우리는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연락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렇게 연락을 계속하다 보니 보고 싶었고, 보고 싶다 보니 만나고 싶었다.


이런 내 마음이 그에게도 통했는지, 그는 너무 늦게까지 연락해서 잠을 못 자는 것 아니냐고 그러면 자기가 너무 미안하다며 얼른 자라고 성화를 부렸다.


나: “미안하면 네가 아침에 나 보러 오면 되겠네~”


장난스러운 내 카톡에 그는 역시 브레이크가 없었다.


저지남: “나 진짜 간다~ 아 그러면 나 조금이라도 자야겠다”

나: “ ㅋㅋㅋㅋ에이장난이야”

저지남: 무응답.

나: “자?”

저지남: 무응답.


피곤해서 잠들었나 보다 생각했던 나는 그제야 핸드폰을 덮고 잠을 청했고 한 통의 전화에 다시 눈을 떴다.


“나 여기 j 역에 내렸는데 학교 어떻게 가면 돼?”





!!!!!!!!!!!!!!!!!!!!!!!!!!!!!!!!!!!!!!!






이 남자는 정말 뒤가 없었다...


30분 뒤, 그는 정말 j 시 나의 대학에 떡!! 하니 등장했다.



아침 7시


서울이랑 달리,, 프랜차이즈 카페 하나 없었던 우리 학교의 대학가에서 갈 곳은 한곳도 없었다. 그저 학교 주변 산책길을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친척 결혼식장에 같이 가달라는 친구의 부탁이생각났고, 저저남에게 이제 그만 가라고 이야기를 해.. 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지 남도 이쯤이면 갈 법한데, 친구 친척 결혼식장에 같이 가자는 나의 제안에 그러자고 동의하였고, 내 친구도 동의했다.


그렇게 나, 친구, 저지 남은 함께 결혼식장에 동행했고,뷔페 음식까지 먹고 결혼식장을 나왔고, 그제야 저지남은 서울로 올라갔다.


급하게 눈치를 보다 떠난 그한테 너무 미안했고,

장난스러운 카톡 하나에 j 시로 날라온 그가 고마웠다.

그리고 점점 그가.. 궁금해졌다.






얼마 뒤,


우리 학교 축제가 시작되었다.



그는 역시나 우리 학교 축제에 오고 싶어 했고, 이번엔 자신의 친구이자 나의 대학 동기에게 연락해 우리 학교 축제가 궁금해서 놀러 가겠다고 통보했다.


“아니 우리 학교는 서울 타 대학들처럼 축제를 크게 하는 것도 아닌데 김 OO는 왜 오겠다는 거야? 어이가 없네...얘들아ㅠㅠ 미안한데 내 친구 오면 같이 놀아줄래..?”


나- “응.. ㅎㅎ그럼 같이 놀면 좋지~”


양심의 가책이 심하게 느껴졌지만,, 애매모호한 이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아니 사귀는 것도 아닌데, 머라고 말해?.. 사귀는 것도 아닌데...’


몇 시간 후 그는 우리 학교에 재방문하였고,

처음 우리 학교에 방문한 것 마냥,, 신기해하며 학교 곳곳을 구경했다.


학교 제일 큰 잔디밭에 둘러앉아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우리는 친한 듯, 친하지 않은 듯 애매하게 눈치를 보며 타이밍을 쟀고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핑계로

잠시 학교 인문학과 뒤 건물로 빠져나왔다.


그렇게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을 때 저지 남은 대뜸 나를 마주 보며두 손을 하나씩 잡았다.


“O 정아 나는.. 네가... 정말 좋아..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 나는 네가 좋아..”


그 말을 방긋 웃으며 하는 그의 손은 덜덜덜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고,

그 덜덜 떨리던 손이 너무 포근하고 따뜻했다.


방긋 눈웃음을 짓는 그 눈을 보고 있자니

나도 방긋 웃음이 새어 나왔고,


“나도 네가 좋아”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갑자기 그는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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