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저지남

by 움이누나

k 시에서의 여행 몇 주 후, 대학 동기는 진짜로 나의 고향에 놀러 왔다.

남자 2명을 대동하고.


대학 동기는 나에게 무척 미안해했다.

혼자 놀러 오는 것도 미안한데, 남자 애 2명을 달고 왔으니..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고.


(진짜 귀찮았다..)


오죽 귀찮았으면 어제 입었던 착장을 그대로 입고, 대학 동기와 그녀의 친구들을 맞이하러 기차역에 갔다. (이틀 연속 같은 옷을 입었다는 건, 옷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진짜 귀찮았다는 뜻이다^^)



‘어라? 근데 2명의 남자 중 한 명은 확실히 기억나는데, 저 셔츠 입은 애는 누구지?’


몇 분 뒤, 셔츠 입은 남자는 대학 동기와 가장 친한 저지남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 왜 못 알아보냐고?


1. 뿔테안경을 빼고 렌즈를 끼고 왔는데, 안경을 꼈을 때와 이미지가 너무 달랐다.

2. k 퀴퀴한 호프집의 어두운 조명 아래와 상반되는 대낮 t 시의 햇빛 아래에서 보는 그 남자애의 모습은 깔끔했고, 멀끔해 보였다.

[지금 와 물어보니 그때 뿔테남은 친구들이랑 농구를 하고 바로 온 거라 엄청 꾀죄죄한 상태였고, 자기는 원래 깔끔하게 다니는데 그.날.만. 유독 땀흘려서 상태가 안좋았다고 한다.^^]

3.내 머릿속에는 화려한 저지가 너무 박혀있어 다른 옷을 입은 그 남자의 모습도 낯설었다.

[그 때 저지남은 이 저지는 자기가 이태리 밀라노에서 사온 옷이라며, 옷 자체는 이쁜데 자기가 입어서 그래 보이는 거라며 강조하며 말했다. '어쩌라고' ]



귀찮은 속과 달리, 어쨌든 나는 대학 동기와 그녀의 친구들에게 최선을 다해 가이드를 했고,

별일 없이(?) 그들은 t 시에 재밌게 놀다가 그날 밤에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3개월이 지난 후,


나는 k 시에서 의대생과의 미팅을 했다. 모두 내 스타일이 아니었고, 친구들도 반응이 영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첫 미팅이라는 기대감에 비해 결과물이 미미해 실망했던 우리는 학교로 돌아가는 기차를 끊는 대신, 무임승차를 하기로 결정했다.(?) 나름의 일탈이었달까..^^


10분이면 도착한다는 명목하에 금방 내리면 되니 죄책감도 덜할 것이라는 의견에 따라 10분 후 j 시에 내릴 준비를 하고 있던 우린,, 이 기차가 j 시에 정차하지 않는다는 것을 20분 뒤에 알아차렸다..!!


역시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 법..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무임승차는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에 내리지 못하게 벌을 주었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우리는 선택해야 했다.

바로 다음 역인 u 시에 내릴 것인지, 아니면 이 열차의 종착역인 서울역에 내릴 것인지.


어차피 우리가 탄 이 기차가 마지막 열차였기 때문에 중간에 내려 j 시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했고,

우리는 '이왕 이렇게 된 거 밤새도록 서울에서 놀아보자!' 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서울역에서 홍대입구역으로 가는 지하철이 아직 운행 중이니, 홍대로 가서 제대로 된 대학가의 밤 풍경을 느껴보자!로 도원 결의하며 홍대입구역에 밤 12시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우리를 반겨 주던 홍대의 풍경은(그렇게 열망하던 대학가의 풍경은)

술에 취한 대학생들이 상점 앞 길바닥 여기저기에 누워있었고,, 또 한 쪽에선 귀를 강타하는 버스킹.. 그게 다였다. 그러나 그 풍경은 우리에게 너무 충격이었다.


무서웠다.


이런 도시 한복판에서 술에 취해 누워있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를 일이었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가 싶어 친구들을 돌아보았을 땐, 친구들 역시 사색이 되어 내가 쫓는 풍경을 정신없이 돌아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당차게 서울에서 놀아보자는 다짐 30분 만에, 24시 카페에 들어가 첫 기차가 운행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했고, 한 명씩 돌아가며 잠을 청하기로 했다.


(도시 여자라고 호언장담했는데.. 난 그냥 촌년이었다..)


그렇게 돌아가며 잠을 청하고 있는 와중에

내 페이스북에 알람이 떴다.



‘저지남이 댓글에서 회원님을 언급하셨습니다.’



곧장 들어가 보니 t 맛집 게시물에 나, 대학 동기, 동기의 남사친을 차례로 언급한 후,

‘다음에는 여기 데려가 줘~’ 라고 남겨둔 저지남의 댓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시각은 새벽 3시 30분,


할 일도 없었던 나는 곧장 대댓글을 남겼다. ‘그래~ 다음에 또 놀러 와~ 그때는 더 맛있는 거 먹자!’


1분 후, 저지남은 대대댓글을 남겼다. ‘응ㅎㅎ 근데 너 왜 아직 안자?’


그렇게 우리는 페이스북 메시지를 시작하였다.




나: 아 ㅋㅋㅋㅋㅋ 나 k 시에서 오늘 동기들이랑 미팅했는데, 기차 잘못 타서 지금 서울이거든~

저지남: 지금??? 지금 서울이라고???

나: 응 ㅋㅋㅋ 온 김에 서울에서 놀려고 했는데, 그냥 카페 들어와서 기차 첫 차 기다리는 중

저지남: 서울 어딘데??

나: 홍대~

저지남: 그럼 여자애들끼리 있는 거 아니야?? 너무 위험한데... 내가 지금 갈 테니까 기다려.

나: ????엥??? 아니 여자애들끼리 있기는 한데, 카페에 있어서 괜찮아~ 우리 5시 30분 차 타고 다시 내려갈 거야 ~ 괜찮아!

저지남: 아니 그래도 너무 위험해. 내가 지금 갈게.




아니.... 얘 왜 이렇게 오버야...?


마음은 고맙지만,, 나랑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니지 않나,,?



왜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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