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 딸의 도발

by 선한

딸은 이제 중 1이다.

초2학년 말, 그렇게 악명 높은 영재시험, 특히 수학 과목에 합격을 해 성공포를 하늘에 쏘아 올린 인물이다.

초3 수학영재를 시작으로, 초4, 초5는 로봇사이언스 영재, 초6은 상위 2%만 합격한다는 국립대 영재시험을 통과했고 중1에는 AI코딩 영재시험에 합격하여 승승장구를 하는 중이다.


근데, 행복하냐고?


초2 때 영재시험 합격 때는, 딸이 큰 아들보다 너무 앞 서 가는 것처럼 보였다. 해서 큰 아들이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걱정도 했었더랬다.


웬걸, 우리 집 행복대장은 중3 큰아들이다.


딸이 큰 아들보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

심리상담 석사로서 분석해 보면,

"공부를 괜히 잘하는 건 아니다." 라는 것.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예리함과 기민성이 있어야 한다. 24시간 뇌공장이 풀파워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든다. 학교 수업에서는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아야 97점과 100점을 가를 수 있게 된다. 수업에 들은 내용은 잊지 않도록 복습하기 위해서는 쉬지 못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공부 정말 잘하는 아이"로 인식이 되는데 있어서는 자존감이 올라갈지는 몰라도 부담감도 비례하며, 기대에 걸맞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눌린다.


그래서 딸은 작정을 하고 중학교에 갔다.

딸의 표현에 따르면 "이미지를 갈아 끼웠다"라고 했다.

딸은 중1 시작하는 첫날에, 정체도 알지 못하는. 그날 사귄 친구와 노래방을 갔다. 과감히 도발하듯 톡 하나를 보낸 채. "엄마, 나 노래방 갔다 올게"


처음에는 그 톡을 받고 마음 한편에서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가 융통성 없는 모범생은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흔쾌히 보내줬다.


문제는 다음날도, 노래방을 갔고 친구들과 날마다 노느라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눈빛이 바뀌고 혼자 방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녀는 이제 사춘기의 회오리 속으로 유유히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1학기가 갔고, 방학을 보냈다. 너무 한다 싶어서 1주일에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2번으로 협의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당한 엄마의 태클을 순순히 받아들여줬다. 다행히 그녀는 아직 순진했다. 휴~


집에 있을 때는 공부시간이 줄고 뭔가 핸드폰으로 계속 무전을 치는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그냥 지켜봤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말로는 허세를 부리며 무심한 척했지만 가슴조리며 그녀의 일탈을 현미경보듯 관찰했다.


딸은 어느 날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얼른 당근으로 괜찮은 기타를 찾아 하루 만에 대령했다. 뚱땅뚱땅 어리바리 유튜브 독학으로 기타를 치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두세 달 후 제법 들을 만한 곡을 어설프게 잘 따라가고 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 딸은 "걱정 말아요 그대" 곡을 화음까지 아주 감미롭게 넣어가며 내 글쓰기 창작욕을 높이고 있는 중이다.


영재가 몇 년 못 간다는 말,, 딸아이는 그 흐름을 거슬러 가기 위해 열심히 고군분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