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고민 중독자를 탈피하기 위한 한 걸음
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일이란 게 될 수 있으면 안 하고 싶고 적은 노력을 들이고 싶으면서도 하루의 많은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내기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욕구도 강하다.
돌이켜보면 패션 브랜드였던 첫 회사를 그만둘 결심을 한 것도 내 일이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의 일이 내가 지향하는 세계 혹은 가치에 상반된다는 생각이 든 것이 계기가 되었다.
굉장히 거시적인 이유라 웃기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패션 산업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며 분야를 바꾸고 싶었다.
그렇게 두 번째 회사로 옮겼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일에 대한 회의감이 다시 강하게 들었다. 나의 생각과 의도를 담은 경험을 타인에게 제공한다는 업의 본질이 좋았다. 그래서 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에이전시로 옮겼는데 늘 그렇든 현실은 예상한 것과는 달랐다. 제한된 역할과 짧은 호흡으로 일을 쳐내는 것을 반복하면서 혼란이 찾아왔다.
그래도 나아지겠거니. 아직 초반이라 새로운 환경, 일에 적응하는 스트레스와 혼동하는 것이리라 생각하고 묵묵히 일을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저런 계기로 새로운 회사에 익숙해지고, 안온한 삶에 안주할까 싶을 때마다 나를 흔드는 질문이 있었으니.
“무슨 일 하세요?”
처음 만난 사람과 일상적으로 나누는 질문임에도 내 마음은 요동쳤다. 그때마다 일목요연하게 정의된 어떤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ㅇㅇ에서 ㅁㅁ하고 있어요”하고 직무명을 기반으로 어찌어찌 넘기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 질문을 받고 돌아오는 날이면 밤마다 마음이 복잡했다.
하지만 좀처럼 답을 내리기가 어려웠고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가끔은 이런 고민하는 나에 중독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떻게 하면 답을 내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