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살, 지금이 제일 물들여진 삶

낙엽이불 깔아주듯

by 주방 이모


낙엽비가 내리는
바람이 세차게 부는 가을날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이 하늘을 수놓습니다.

아직 여물지 못한 푸른 잎들은
떨어지기 싫은 듯
공중에서 한참을 맴돌다

이내 바람에 실려
천천히 내려앉습니다.

후루룩, 후루룩—

바닥에 닿기 전까지의
그 짧은 여정이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사로운 햇빛으로
금빛 물고기가 헤엄치듯
흩날리지만
여전히 빛나는 시간들.


타닥타닥 불타는 마음이
나에게도 가슴을 저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4살, 식모살이로 시작한 삶
34살, 두 아이 안고 홀로 선 날들
60세, 바닥에 쓰러진 순간

그때의 나는
우박이 떨어져 바싹 마른 잎을 찢어놓듯
내 가슴도 도려내었더랬지요.

하지만

지금의 나는
더 깊고 단단하게 물든 단풍잎 같습니다.

수많은 바람과 비를 견디며
이제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으니까요.

61세에 책을 만나
64세에 다시 피어났습니다.

떨어졌지만
다시 나만의 색을 입었습니다.


낙엽이 되어 흩날려도 좋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예쁜 추억으로 남을 테니까요.

오늘 나는 그렇게
가을 하늘 아래에서

차가운 바닥에 나뭇잎 이불 깔아주듯
나를 물들이는 삶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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