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이틀 전, 손녀가 집에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 마음을 알기에 저는 언제나처럼 "오케이"라고 했습니다.
여섯 살 때, 엄마의 병으로 마음고생을 시작한 아이.
아마도 할미 집이 유일한 휴식처였을 겁니다.
어릴 적부터
"할머니 집에서 자고 갈래."
떼를 쓰던 아이였습니다.
아픈 엄마 곁에서
하루라도 떨어지고 싶었던 그 마음.
저는 그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14년이 넘도록
우리 집은 언제나
그 아이에게 열려 있는 집이었습니다.
손녀가 성년이 되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단둘이 맥주 한잔 하는 것.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맥주 한잔 할까?"
했더니 흔쾌히 좋다고 합니다.
쿵작이 잘 맞는
60대 할머니와 20대 손녀.
우리는 처음으로
술잔을 마주하고 세상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음에 오면
함께 드림보드도 만들자고 약속했습니다.
사실,
이 술잔을 14년 동안 기다린 건
단순한 설렘이 아니었습니다.
여섯 살부터 혼자 삭혀온
그 아이의 마음을
오늘만큼은 꺼내주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수고했어."
"할머니랑 자고 가겠다고 한 마음, 다 알아."
그렇게 말을 꺼냈을 때
손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지금도 그래."
라고 말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오늘 이 시간이 참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성년이 되어
엄마 품을 떠나지만
자기 빈자리 때문에
엄마가 더 아플까 걱정하는 아이.
저는 말해주었습니다.
"이제는 너의 인생을 살아야 해.
엄마의 인생이 아니라,
너의 인생을."
오늘, 저는 술친구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손녀의 마음 한 조각을
조금은 덜어주었습니다.
60대 할머니와 20대 손녀.
우리의 첫 맥주 한잔은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