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가장 행복하다
나는 50년 동안 같은 것을 찾아 헤맸다. 내 깊은 잠재의식 속에 새겨진 질문. 가난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
열네 살, 책장 앞에서
열네 살 때 서울로 올라와 첫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 어린 나이에 이미 내 인생은 정해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자꾸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내 인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주인집 책장에 가득 꽂혀 있던 책들을 몰래 꺼내 읽었다. 책 속에서 다른 세상을 보았다. 배운 사람들의 삶을 보았다.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가난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까. 그 질문을 잠재의식에 각인시키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그 생각 하나로 버텼다. 봉제 공장에서 일을 할 때도, 밥을 굶어야 했던 날에도, 자식이 아플 때도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나는 여기서 끝이 아니야."
서른넷, 3천만 원 빚
서른넷에 이혼하고 두 아이와 3천만 원 빚을 안았다. 지하 월세방에서 가장이 되었다. 죽도록 일했다. 빚을 갚는데 10년이 걸렸다.
빚을 다 갚은 날, 치킨을 사 먹으며 생각했다. 이제 가난에서 벗어난 걸까. 하지만 통장 잔고는 여전히 얼마 되지 않았다. 다시 원점이었다.
쉰넷, 주방이모가 되었다. 10년을 일했다. 성실하게, 책임감 있게 일했다. 하지만 가슴 한가운데 빈자리는 여전했다. 도대체 언제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예순넷, 그날
자식이 아파 다시 가장이 되었다. 가정을 지킬 방법이 필요했다. 4개월 동안 한 가지에 몰입했다. 오직 가족이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일에.
4개월이 되던 1월, 기적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학벌도, 인맥도, 자금도 없이 도전해 볼 만한 일이 나타났다. 기회는 사람을 통해 온다고 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
불씨
일단 시작했다. 두렵고 떨렸지만 한 발씩 내디뎠다. 관련된 책을 읽으며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내가 50년 동안 찾아 헤맸던 그 길이.
그 순간 마치 풍선 속 바람이 터지듯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렸다. 50년 동안 막혀 있던 숨이 그제야 제대로 쉬어지는 느낌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이 불씨를 꺼지지 않는 장작불로 키우는 일이다. 그리고 그 불로 또 다른 누군가를 비추는 일이다.
나처럼 14살에 세상에 내던져진 아이들. 가난 때문에 꿈을 접어야 하는 청소년들. 그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희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같이 가자고.
언젠가 청소년 자립학교를 만들고 싶다. 학벌이 없어도, 돈이 없어도, 스스로 설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곳을. 내가 64살에 발견한 이 길을 그 아이들에게 먼저 알려주고 싶다.
50년 동안 가슴에 품고 살던 꿈이 이제야 제 삶 속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늦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나는 지금, 가장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