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잘 될 수밖에 없다.
오늘 한 분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가슴이 오래도록 먹먹했다.
전화 한 통
SNS에 올린 내 이야기를 보고 전화가 왔다. 64살에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는 글이었다. 자식을 위해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솔직한 이야기였다.
전화 너머 목소리. "저도 어려운 형편이에요. 그런데 글을 보니 저랑 비슷하더라고요. 한번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첫 만남
사람은 참 신기하다. 어떤 사람은 오래 알아도 마음이 멀고, 어떤 사람은 처음 만나도 마음이 통한다. 그분을 보는 순간, 나는 알아차렸다. 이 사람도 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이구나.
안부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분도 힘든 시절을 겪으셨다. 지금도 넉넉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눈빛만은 살아있었다. "그래도 이제는 달라질 거예요. 주방이모님처럼 저도 해보고 싶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났다. 내가 왜 우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그냥 눈물이 났다.
박스
잠시 후 그분이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리고는 박스를 하나 들고 나오셨다. 본인이 사서
쓰던 것이었다."주방이모님, 이거 가져가세요. 사람들한테 나눠주셔야 하잖아요. 많지는 않지만요."
손을 저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제가 쓰던 건데, 가져가세요. 주방이모님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그분의 눈빛이 진심이었다. 나는 그 박스를 받아 들고 또 울었다.
없는 사람들끼리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다. 돈이 많은 사람, 배운 사람, 힘 있는 사람. 하지만 내가 만난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분도 나처럼 없는 사람이었다.
없는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는다. "우리 같이 잘 살아보자."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들. 그래서 나는 이 길이 더 좋다. 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은 세상의 이치를 조금은 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본다. 그분과 나는 그랬다.
다짐
오늘 나를 안아준 그분을 보며,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2026년, 나는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겠다.
65살 주방이모 정혜원. 돌아보니 그래도 인생, 참 열심히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처럼 바닥을 경험한 사람들이 내 옆에 있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올라간다.
그래서 우리는 잘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