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있어 더 빛나는 존재
모델 워킹 연습을 마치고 나선 길, 땀이 채 식기도 전에 달려든 밤바람이 매섭다. 어둠이 짙게 깔린 거리, 유독 아파트 불빛 아래서 무언가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발길이 멈춘 곳에는 다름 아닌 성급하게 피어난 벚꽃 한 그루가 있었다.
"너희는 벌써 피면 어떡하니? 이 추운 밤에 그 여린 몸으로 어찌 견디려고..."
사람도 옷깃을 여미는 이 밤에, 하늘하늘한 꽃잎이 안쓰러워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가만 보니 저 꽃들도 외롭지는 않겠다 싶다. 제 몸을 태워 온기를 나누는 불빛이 곁을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서로가 있어 더 빛나는 존재, 꽃은 등불 덕에 환하고 등불은 꽃 덕에 따스하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 어린 꽃잎들은 무엇이 그리 궁금해 벌써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을까. 아니면 예순이 넘어서도 여전히 세상이 궁금해 눈을 반짝이는 나를 닮은 것일까.
한참을 꽃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데, 차가운 바람을 견디지 못한 꽃잎 하나가 힘없이 몸을 던진다. 공중에서 몇 바퀴를 유려하게 돌며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방금 내가 연습하던 워킹의 곡선 같아 마음이 아릿하다.
바닥에 내려앉은 그 여린 몸을 누군가 무심코 밟고 지나가지는 않을지,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흙으로 돌아갈 꽃의 운명을 지켜보았다.
결국 우리네 인생도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여정일 테다. 화려하게 피어 있는 순간보다,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끝내 제 자태를 뽐내고, 질 때조차 누군가의 시선에 머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어젯밤 벚꽃은 내게 말해주는 듯했다. 춥고 어두운 밤일지라도, 누군가의 불빛이 되어주고 또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준다면 그 인생은 결코 헛되지 않다고.
나 또한 누군가의 가슴속에 반짝이는 불빛 같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땀방울 섞인 밤공기 속에서 나는 오늘, 또 한 번 세상을 배웠다.
주방이모는
오늘도 세상을 배우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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