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방울이 마른자리에 비로소 나의 진짜 인생이 꽃 피고 있다.
나이가 들면 몸의 온도가 낮아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10cm 구두를 신고 거울 앞에서 긴장되는 워킹 연습을 한다.
모델 워킹. 65세의 나이에 굳이 왜 이런 힘든 길을 택했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화려한 무대 위에 서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일까? 거울 속의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되물어본다.
연습실에 들어서면 먼저 마주하는 건 묵직한 공기다. 경쾌한 음악을 틀고 발을 떼기 시작하면, 이내 이마와 콧등에 땀방울이 맺힌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높은 구두를 신은 안에서 자리가 좁다고 발가락들이 자리다툼을 하는 동안 통증이 밀려온다.
하지만 희한하다. 나이가 들수록 화려한 향수 냄새보다,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 진한 땀 냄새가 더 향기롭게 느껴진다.
봉제 일을 하며 40년을 보낸 내 손은 투박해졌다.
식당 주방에서 10년을 보내며 내 무릎은 닳아 없어지는 듯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온 세월 뒤에 찾아온 이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해 흐르는 시간이다.
연습이 끝난 뒤, 식어가는 땀을 닦으며 거울 속의 나를 본다. 헝클어진 머리, 빨갛게 상기된 얼굴이 예쁘지는 않다. 하지만 그 모습이 어느 때보다 당당하고 생기 넘친다.
사람들은 노년을 '정리하는 시기'라고 말하지만, 나는
'새롭게 시작하는 계절'이라고 믿는다. 땀을 흘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일 다시 설 무대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 심장은 예순다섯의 나이에도 여전히 뜨겁게 박동한다.
오늘도 나는 땀을 흘린다. 누군가에게는 냄새나는 땀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가장 정직하고 아름다운 '도전의 증거'다.
땀방울이 마른자리에 비로소 나의 진짜 인생이 꽃 피고 있다.
주방이모는
오늘도 세상을 배우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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