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봄을 허락할 시간이 필요하다
내 몸은 아직 새 계절이 반갑지 않은가 보다. 눈바람보다 비바람이 더 깊게 파고드는 날이 있다. 살을 에듯 스쳐 지나가는 바람 앞에서 옷깃을 여며보지만, 몸은 마음처럼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다.
가방의 무게를 따라 자꾸만 처지는 어깨 위로 냉기가 토돌토돌 돋아났다. 작은 우산 아래로 비를 피해보려 애쓰며 우산을 머리 위로 바짝 당겨 올렸다. 툭툭, 투둑.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쉼 없이 리듬을 만들어냈다. 그 소리에 맞추어 발걸음도 빨라졌다. 추위에 잠식되지 않으려는 듯, 나는 젖은 길 위를 서둘러 걸었다.
버스 안,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다 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누군가의 얼굴에 흐르는 물기를 조용히 닦아주는 손길이었다. 투박한 검은 손수건이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었다. 그 배려를 바라보는 순간, 내 안에서 질문 하나가 툭 떠올랐다.
'나는 과연 누구를 위해 배려하며 살고 있을까. 그리고 정작 나는, 나 자신에게 얼마나 다정했을까.'
살다 보면 타인을 챙기는 일에는 익숙해지면서도, 내 몸이 보내는 신호나 내 마음의 추위는 자꾸 미뤄두게 된다. "괜찮아", "이 정도쯤이야", "조금만 더 버티자"라며 나를 늘 우선순위 뒷줄에 세워두었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몸과 마음은 한없이 예민해진다. 그럴 때 내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나를 향한 작은 배려 하나였는지도 모른다. 따뜻한 차 한 잔, 젖은 어깨를 감싸주는 마른 옷, 조금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마음 같은 것들.
내 몸은 아직 봄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지만, 계절은 이미 코앞까지 와 있다. 이제는 나도 준비를 시작해야겠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그동안 미처 돌보지 못한 몸과 마음을 정성껏 들여다보려 한다.
어제의 비는 지나갔지만, 그날의 사유는 사라지지 않고 내 곁에 머문다. 차가운 빗줄기 끝에 남은 그 생각들이 오늘의 나에게 나직이 말을 건다.
"이제는 당신 자신에게도 조금 더 따뜻해지세요."
주방이모는
오늘도 세상을 배우고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