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학교20] 남해 바다에서 배운 작은 불빛

작은 빛 하나가 길을 만들고, 그 길이 모여 삶이 된다는 것을.

by 주방이모 정혜원

남해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주방에서 10년을 보내는 동안 여행은 늘 마음속에만 있던 일이었습니다. 가고 싶다는 생각조차 사치처럼 느껴지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회사의 배려로 1박 2일 남해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출발 전날, 옷을 고르면서부터 마음이 설렜습니다. 일기예보를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라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감기가 막 지나간 상태라 날씨가 더욱 걱정되었습니다. 봄옷, 여름옷, 혹시 모를 겨울옷까지. 하룻밤 여행인데 짐은 마치 일주일을 떠나는 사람처럼 불어났습니다.



"이게 여행 가는 기분이구나."

그런데도 이상하게 웃음이 났습니다.


일행과 함께 차에 올라 출발했습니다. 차 창문에 빗방울이 하나둘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유리를 타고 흐르는 빗물을 보며 속으로 조용히 말을 걸었습니다. "청소까지만 해줘." 조금은 간절한 마음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바람은 이루어졌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비는 멈추고 따뜻한 햇살이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마치 오래 기다린 손님을 맞이하듯 환하게 웃는 햇살이었습니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염려했던 것보다 훨씬 포근한 날씨가 저를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잔잔한 바다 앞에 섰을 때 코끝을 간질이는 바다 향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그 향기를 맡는 순간 가슴 깊은 곳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에 가기 싫다."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습니다.


멀리 산 위에 걸터앉은 해는 쉬어 가는 듯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제가 가는 길을 조금이라도 더 밝혀주기 위해 머물러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끝까지 따라오며 저를 비춰주었습니다

나무 사이로 빛추는 해


"이제는 넘어지지 말고 끝까지 가거라."


희망의 불빛이 보이지 않아 헤매던 시간들을 저 해는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밤, 베란다에 나가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해가 사라진 자리에는 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어둠 위로 반짝이는 작은 불빛들이 떠 있었습니다. 은빛처럼 반짝이는 그 불빛들이 마치 저를 환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장면을 바라보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지나온 삶 속에도 분명 작은 불빛들이 있었을 텐데, 저는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힘들었던 순간들 속에서도 분명 저를 이끌어 준 빛이 있었을 텐데, 그때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작은 빛 하나가 길을 만들고, 그 길이 모여 삶이 된다는 것을.


남해 바다에서 저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제는 누군가의 빛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제 스스로 작은 불빛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불빛이라도 괜찮습니다. 그 불빛이 점이 되고, 그 점이 이어지면 분명 길이 될 것입니다.


남해 바다는 저에게 그 길의 시작을 보여주었습니다.


남해 밤바다



주방이모는

오늘도 세상을 배우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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