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음엔 또 다른 꿈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가끔 내가 부끄럽다.
예순다섯이라는 나이가
부끄러운 게 아니다.
이 나이에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도무지 줄일 수가 없다는 게
때로는 민망하다.
주변을 보면
나이가 들수록 하나씩 내려놓는 사람들이 있다.
"이 나이에 뭘."
"이제 그만해도 되지."
"쉬어야지."
그 말들이 틀린 건 아니다.
나도 안다.
그런데 나는 왜
자꾸만 새로운 것을 향해
손을 뻗고 있을까.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에서 뭔가가 꿈틀댔다.
블로그에 올릴 글 주제가 떠올랐고
읽다 만 책이 생각났고
아직 못 배운 유튜브 편집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가 문득 웃음이 났다.
'나는 정말 어른 어린이구나.'
어린이는 뭐든 하고 싶어 한다.
뭐든 궁금해한다.
뭐든 해보고 싶어 한다.
나도 그렇다.
예순다섯인데
여전히 뭐든 하고 싶고
뭐든 궁금하고
뭐든 해보고 싶다.
14살에 처음 사회에 나왔다.
봉제 공장 미싱사로 시작해서
40년을 그 세계에서 살았다.
하고 싶은 것을 묻는 사람이 없었다.
할 수 있는 것만 하며 살았다.
그래서였을까.
60세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뭘 하고 싶은가?"
그 질문이 열린 순간
오랫동안 닫혀 있던 문이
한꺼번에 쏟아지듯 열렸다.
책을 읽고 싶었다.
글을 쓰고 싶었다.
운동을 하고 싶었다.
세상을 여행하고 싶었다.
내 이름으로 뭔가를 남기고 싶었다.
60년 동안 묻어두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어른 어린이가 됐다.
어른 어린이로 사는 것은
때론 피곤하다.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건
잠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블로그 글을 쓰다 보면
'이게 맞는 건가?'
'이 나이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흔들릴 때도 있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다.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만나면
가슴이 뛰고
글을 쓰다가 마음에 드는 표현이 나오면
혼자 웃음이 나고
운동을 마치고 나면
온몸이 살아있는 것 같아서.
이 느낌을 알아버린 이상
멈출 수가 없다.
얼마 전 손녀가 물었다.
"할머니는 왜 이렇게 바빠?"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답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손녀가 웃었다.
"할머니가 저보다 더 어린이 같아."
그 말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하고 싶은 것을 줄여가는 과정이라면
나는 아직 제대로 나이 들지 못한 것 같다.
아직도 배우고 싶고
아직도 써보고 싶고
아직도 달려보고 싶고
아직도 여행하고 싶고
아직도 성장하고 싶다.
6월엔 첫 에세이 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다음엔 또 다른 꿈이 기다리고 있다.
크루즈 여행.
더 큰 강연.
손녀와 함께하는 브랜드.
끝이 없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65세 어른 어린이.
부끄럽다고 했지만
사실은 이게 좋다.
이 설렘이 좋고
이 두근거림이 좋고
이 끝나지 않는 호기심이 좋다.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렸던 것들을
예순다섯에 다시 찾았다.
그게 책이었고
그게 글쓰기였고
그게 달리기였고
그게 새벽 5시의 고요함이었다.
혹시 당신도 그런가요?
나이가 들었는데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은가요?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그건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니까요.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건
내일이 기대된다는 뜻이고
내일이 기대된다는 건
오늘을 살아갈 이유가 있다는 뜻이니까요.
나는 오늘도
어른 어린이로 삽니다.
부끄럽지만
자랑스럽게.
주방이모 정혜원의 세상학교
오늘도 세상을 배우고 기록합니다
다른 분들은 5분이면 할 이모지 한 장 만드는데
50분을 쓰지만, 해냈다는 기쁨, 할 수 있는 게 한 가지 늘었다는 건만으로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