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흔들리며 피어나는 목련처럼
운동 가는 길, 바람에 흩날린 꽃잎들이 길 위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누군가는 그냥 밟고 지나간다. 아무렇지 않게. 아무 생각 없이. 하지만 나는 멈춰 섰다.
흙먼지 섞인 바닥 위에서 조용히 찢긴 듯한 꽃잎들을 보자 가슴이 저릿했다. 울컥, 눈물이 고였다. 한때는 나무에 매달려 친구들과 고상한 자태를 뽐내며 봄을 알리던 꽃송이들,사람들의 감탄을 받으며 사진 속에 담기던 존재였는데, 지금은 소리 없이 밟히고 찢기고 잊히고 있었다.
"누구는 아무 생각 없이 짓밟고 지나가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조차 못 하고..."
마치, 내 지난날 같았다.
말하지 못했던 상처들.
울음조차 삼켜야 했던 순간들.
누군가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 듯
스쳐 지나갔던 나의 고통들.
그러나 꽃잎들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비록 바닥에 떨어져 있었지만
그 안엔 봄날의 기억과 향기가 남아 있었다.
그래, 나도 그랬다.
밟혀도, 찢겨도, 내 안에는 여전히 살아 있는 봄이 있었다.
지금은 비록 차가운 바닥에 고요히 누워 있지만
꽃잎 속엔 다시 피어날 용기와 따뜻한 햇살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한 송이의 목련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데 , 떨어질 법도 한데,
목련은 가지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단지 버티는 것이 아니었다.
목련 꽃은 바람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듯 흔들리고 있었다.
살아있음을, 아직 꽃 피워 있음을, 세상에 말하고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속으로 빌었다.
“오래도록 그 자리에서 그 행복을 누리길.”
지금 나는 투잡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글을 쓰고,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어쩌면, 바람 속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목련처럼.
오늘 목련을 본 뒤로,
나는 더 이상 '버틴다'는 말 대신
'춤춘다'는 말로 바꾸고 싶어졌다.
세상의 바람 속에 흔들리지만,
나는 내 삶을 포기하지 않고
흔들림 속에서도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 바람은 곧 지나가고,
흔들린 만큼 단단해진 내가,
다시 또 누군가의 봄이 되어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오늘 아침, 나는 꽃잎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내 안에 나에게 말해줬다
“괜찮아. 너는 참, 잘 버텨왔어. 그리고 잘 춤추고 있어.”
흩날리는 꽃잎과 흔들리는 목련은 조용히 말해준다.
당신의 삶도, 활짝 피어 가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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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봄날의위로
#나이들수록빛나는삶
#주방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