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끝에서 나는 늘 감정의 조각 하나를 놓고 온다.
여행의 끝.
짐을 싸고, 숙소를 정리하고,
익숙한 풍경과 인사를 나눈다.
모든 것이 마무리된 것 같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가방은 무겁지만,
마음은 뭔가 비어 있는 느낌.
그제야 깨닫는다.
무언가를 두고 왔다는 사실을.
명확한 물건도 아니고,
확실한 장면도 아닌
마음의 조각 하나.
그 길 어딘가에
아직도 내가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자꾸 떠오르는 골목,
아무 이유 없이 오래 머문 벤치,
별다른 대화 없이 웃던 순간들.
그곳에
내가 있었고,
아직도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지만
어쩌면 진짜는
무언가를 남기고 오는 일인지도 모른다.
감정을 두고 오고,
생각을 남겨두고,
아직 다 꺼내지 못한 마음을
그곳에 걸쳐두고 오는 것.
그래서일까.
시간이 지나도
어떤 장소는 자꾸 떠오른다.
그곳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내 감정이 거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지도.
나는 이제 안다.
어딜 가든
다시 돌아올 가능성을 마음에 남긴다는 걸.
그리고 그것은
돌아오는 약속이 아니라
내가 조금 더 나로 살았던 자리의 흔적이라는 걸.
언제부턴가
길 위에 마음을 두고 온다.
그리고 그 조각들 덕분에
나는 조금씩 나에게 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