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월급 가치관으로 사는 법

얼마나 있으면 충분한가-로버트 스키델스키

by 이호재

“얼마가 있으면 충분한가?”

이 질문은 내가 무언가에 도전할 때 두려움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내가 꿈꾸는 일이나 해보고 싶은 도전을 모두 실패하더라도, 한 달에 200만 원만 벌 수 있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이 정도의 수입은 대한민국 성인 남성 기준으로 크게 무리한 수준이 아니며, 무엇보다도 돈을 벌기 위해 내 삶 전체를 바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충분한 삶은 무엇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나는 ‘고립’과 ‘연대’의 균형이 그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인간관계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자연과 마주하며 사유할 수 있다. 반면, 연대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타인을 존중할 줄 알며, 그 과정에서 진정한 친구를 만나고 우정을 쌓는다.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기반이 된다.

충분한 삶을 위한 조건은 개인의 태도뿐 아니라 사회적 기반도 함께 필요하다. 밤 산책이 자유로운 대한민국은 비교적 안전한 사회지만, 경제적 안전망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청년층이 실패하더라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미비하다. 누구나 빈곤의 두려움 없이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며, 사회는 그런 최소한의 쿠션 역할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얼마가 있어야 충분한가’에 대한 고민은 자주 해왔다. 그러나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나만의 가치관을 만드는 데에는 소홀했다는 걸 책을 통해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인스타그램은 나를 작위적인 사람으로 만들었고, 잘 사는 척하기 위한 소비를 부추겼다. 삭제하고 나니 조금은 어색했지만 후련했다.

또한 돈이 들지 않는 취미를 늘리기 시작했다. 산책, 등산, 책 읽기, 자연을 바라보며 사유하는 일들은 돈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빠르게 돌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천천히 걷고 사유하는 삶은 나만의 작은 저항이자, 진짜로 원하는 삶에 가까워지는 방법이었다.

이제 나는 ‘얼마가 있어야 충분한가’라는 질문을, 이론이 아닌 실제 삶으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