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거다

토끼와 고양이-루쉰

by 이호재

이 소설은 매우 단순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시골집에서 키우는 한 쌍의 토끼가 가족을 이루어 살아간다. 그들을 위협하는 존재는 까마귀와 까치, 그리고 고양이다. 그중에서도 화자의 시선은 유독 고양이에게 향한다. 토끼가 새끼 일곱 마리를 낳자, 화자는 고양이들이 그중 몇 마리를 이미 죽였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 추측은 곧 명분이 되어 화자는 고양이들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설의 결말에서, 화자의 시선은 책장에 숨겨둔 청산가리 병에 멈춘다.

조금은 섬뜩한 이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나는 입장과 상황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를 떠올렸다. 고양이는 고양이의 입장에서 살았고, 화자는 화자의 상황 속에서 분노했다. 새끼 토끼를 잡아먹었을 가능성이 있는 고양이가 악일까, 청산가리로 고양이를 죽일 여지를 품은 화자가 악일까. 애초에 이들을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있을까.

이 소설에 더욱 흥미를 느낀 이유는 나 역시 토끼를 키워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 집에서 키우던 토끼는 틈만 나면 집을 나가기 일쑤였다. 불행히도 그 마을에는 길고양이가 많았다. 토끼가 잠시라도 보이지 않으면 나는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고양이를 쫓고 토끼를 찾아다녔다. 평소에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주머니에 소시지를 넣고 다니던 내가, 그 순간만큼은 고양이들이 미웠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흥분했고, 스스로 적대감을 키워갔다. 그때의 나는 과연 악이었을까.

다행히도 토끼는 해가 지기 전이면 늘 집으로 돌아왔다. 토끼가 무사히 돌아온 순간, 나는 고양이들에게 품었던 적대감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거두어들였다. 고양이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더 이상 미움의 대상은 아니었다. 상황이 바뀌자 감정도 함께 바뀌었다. 분노와 혐오는 대상 그 자체에서 비롯되기보다, 내가 서 있던 상황과 두려움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그때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인간이 얼마나 쉽게 누군가를 미워하고, 그 미움을 정당화하며, 또 얼마나 손쉽게 거두어들이는 존재인지 떠올리게 되었다. 고양이는 고양이로서 살아갔고, 화자는 화자로서 분노했다. 그 사이에서 선과 악의 경계는 생각보다 쉽게 흔들린다.

이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내가 끝내 놓지 못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자주, 그리고 충분히 상황을 이해한 뒤에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는가.

어쩌면, 그게 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