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브라이언 헤어

by 이호재

이 책은 인간 사회와 자연계를 가로지르며 ‘다정함’과 ‘냉혹함’이라는 두 가지 태도를 대비한다. 그리고 다정함이야말로 개인과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살아남는 데 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오랫동안 자연의 법칙처럼 받아들여져 온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개념에 질문을 던진다. 경쟁과 냉혹함만으로는 장기적인 생존과 번영을 보장할 수 없으며, 오히려 다정함과 상호 협력이 더 강력한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은 진화생물학을 넘어 사회학과 경제학 전반에 깊이 뿌리내린 개념이기도 하다. 인간 사회 역시 이러한 논리의 영향을 받아 왔고,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구조나 경쟁 중심의 시스템이 반복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설정한 다정함과 냉혹함의 이분법은 현실 세계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다소 단순한 틀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세계에서는 다정함과 냉혹함이 명확히 구분되기보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뒤섞이며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이분법적 구도를 택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약육강식’이라는 강력한 통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다정함의 가치를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이처럼 단순하고 직관적인 대비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는 현실을 축소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냉혹함만이 유일한 생존 방식이라는 믿음에 균열을 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이 책이 전하는 다정함의 메시지는 경쟁과 갈등에 치우쳐 온 기존 사회 패러다임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특히 현대 사회가 직면한 불평등, 분열, 공동체의 붕괴라는 문제를 생각할 때, 다정함과 협력,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중은 더 이상 선택적인 가치가 아니라 필수적인 조건처럼 느껴진다. 여기서 다정함은 단순한 감정이나 이상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으로 제시된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다정함을 통해 새로운 생존 방식을 상상하게 하며, ‘적자생존’이라는 오래된 개념에 맞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안한다. 물론 이분법적 구조가 현실의 모든 복잡성을 포괄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 한계를 인식한 상태에서라도 다정함이라는 가치를 더 넓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려는 노력은 분명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다정함을 키워 나갈 때, 단순한 경쟁의 논리를 넘어 모두가 존중받으며 공존하는 새로운 공동체가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