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렴
김혜련
찬밥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인식했다
따뜻하고 뜨거운 갓 지은 밥만
맛있는 밥이라고 착각했다
배고프던 유년시절
점심 도시락을 싸지 못해
수돗가에서 찬물로 배를 채우다
학교 파하고 해거름녘에 집에 돌아오면
보리알투성이 찬밥 한 덩이
뜨거운 국물 수차례 붓고 따르며
따뜻하게 토렴해 주던 어머니의 젖은 손을
그동안 나는 잊고 지낸 모양이다
찬밥 신세 면해보겠다고
어둠 속에서도 밤늦도록 공부하고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며 살다보니
차가운 밥알에 알알이 배어든
어머니의 사랑을 오랫동안 잊은 모양이다
토렴한 찬밥은 갓 지은 밥보다 맛있다
차디찬 세상 같은 찬밥이
어머니의 눈물 같은 뜨거운 국물에 녹아
알파녹말이 되어 가파른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