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마편초
김혜련
용수철처럼 짱짱하던 젊음이
늘어진 고무줄처럼 헐거워졌을 때
나는 바람이 불러준 주소지를 들고 무작정 걷는다
그래, 사는 게 뭐 딱히 정답이 있는 게 아니잖아
모범답지와 해설지 찾아 헤매기보다
끝없이 펼쳐진 하천변을 따라 걸으며
시간을 묶어놓고 보랏빛 춤사위로
노을조차 삼키는 그들을 만난다
멀리 남미에서 바람이라는 초저가 비행기를 타고
낯선 한반도 남단까지 이민 와서 일가를 이룬 그들
햇살이 부스럭부스럭 장난을 걸어도 까르르까르르
바람이 치렁치렁 성깔을 부려도 하르르하르르
길고 가는 팔다리로 다자녀를 키우고 다문화를 꽃피운다
햇살 두 줌 갈아내어 해독주스를 만들고
삶을 소환한다 고달프다는 뜻이다
힘들다는 하소연은 오래전부터 사치였고
소금 대신 질긴 생명력 한 방울 섞어본다
예고도 없이 불어대는 바람 때문에
흔들릴 때도 많았지만 끝내 쓰러지지 않고
슬픈 표정 없이 오늘도 보랏빛 춤을 추는 그들을 보며
나는 종아리에 알밤 두 톨 넣고 삶의 심지를 돋운다
그래, 사는 게 뭐 별건가 흔들흔들
갈등하다가도 다리에 힘 꽉 주면서 버티다가
가끔은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한 꼭지 춤이라도 춰보는
그런 게 정답이 필요 없는 삶이라고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