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풀꽃

by 김혜련

눈풀꽃

김혜련

간밤에 내린 눈으로 2월의 정원은

소매 끝으로 웃음기를 닦아내며

하얗게 얼어 있습니다

이른 아침 우리 집 강아지 은동이와

산책 나가는 길에

땅속을 뚫고 걸어 나오는

맨발의 당신을 보았습니다

호미로 파고 괭이로 뚫어도

도무지 속살을 열지 않던 무뚝뚝한 땅을

당신은 그 여린 손으로 어떻게 열었습니까

지난겨울 그 혹독한 추위와

한 이불 속에 발 담그며 버텨온

당신의 파란만장한 인내심을

바람결에 전해 들으니

이제야 비로소 조금은 알겠습니다

뜨거운 눈물조차 얼어붙었던

기나긴 인고의 시간

희망이 싹을 틔우고

그리움이 알알이 여물어 당신은

반려견 은동이 볼처럼

하얀 꽃으로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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