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영춘화가 날개를 펼쳤다

by 김혜련

영춘화가 날개를 펼쳤다

김혜련


꽃샘추위 속 어깨까지 내려온 하늘이 무거웠다

초등학교 입학생인 막냇동생은

학교 가기 싫어 등 굽은 새우가 되었다


아직도 맨발로 문밖에 서 있는 겨울은

처마 끝에 낳아둔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가는 새끼들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저 어린 핏덩이들을 데리고

머나먼 북방으로 떠나야만 하는 철새 같은 운명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가슴 속에 포개어 놓은 익숙지 않은 몇 개 안 된 욕을 토해내며

찬바람에 걸려 골절된 맨발로 해동 중인 흙을

끌끌 차며 걷고 있는데 벌써 영춘화가 날개를 펼쳤다


지나치게 부지런하기도 하지 겨울은 아직 방 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저렇게 맨발로 문밖에 서서 온몸으로 울고 있는데

영춘화가 담장에 능선 같은 초록 그물을 내려

봄맞이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모하리만큼 성급하게

눈짓도 몸짓도 모두 하나같이 노란 날개를 펼쳤다


글을 쓰지 않기로 결심하고 계획 없는 여행을 무작정 떠나기로 한다

하늘의 속내가 내심 궁금해 마른침을 삼키는데 기억 속에서 지워진 나비 한 마리

날아와 어깨를 툭툭 친다 그 나비가 미처 살이 오르기도 전에 벌써

영춘화가 노란 날개를 씻어 담장 위에 말리고 있다


꽃샘바람 속 척추까지 파고든 하늘이 무거웠다

전방 군 입대를 앞둔 둘째동생은

군대 가기 싫어 뼈만 남은 마른멸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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