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키오스크

by 김혜련

키오스크


김혜련


노화의 기름기를 걷어내고

시간을 팔팔 끓는 물에 데쳐내어

쾌속냉동하면

그와의 만남이 두렵지 않을까


수천 송이 꽃송이보다 많은

삶의 연륜을 가슴에

무릎에

머릿속에

심지어 손톱 끝에도

잘 갈무리해두었건만

예열된 그의 가슴을

터치하는 것은 두렵기만 하네


365일 휴무 없는 출근을 하고

24시간 숙면 없는 불면을 즐기는 그는

은행, 백화점, 관공서, 버스터미널

굶주린 허기를 위로해 줄 식당에서조차

떨리는 내 손가락을 주눅 들게 하네


노쇠의 그을음을 걷어내고

세월을 최신형 세탁기에 돌려

초고속 건조하면

그대와의 만남이 가슴 설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