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순천웃장국밥

by 김혜련

순천웃장국밥


김혜련


세월의 속살이 잘 여물어

이순耳順의 낮달이 눈부시게 떠오르면

추위와 허기에 가슴 시린 사람들이

빼곡히 발자국 도장을 찍는 순천웃장국밥 골목


주머니 가벼운 주눅 든 서민들조차

모처럼 어깨를 활짝 펴고

껄껄껄 허리가 휘도록 웃을 수 있는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순천웃장국밥


똘똘 뭉친 어둠 사이로 입김 피어나는 새벽 4시

머리를 통째로 바친 돼지의 살신성인이

오래 우려낸 사랑으로 가마솥을 채우네


쫄깃한 살코기와 아삭아삭한 콩나물이

금슬 좋은 부부처럼 인연을 맺어

개운하고 뒷맛이 깔끔한 행복을 선물하네


세월의 속살이 탄탄해져

예순의 태양이 어김없이 얼굴 내밀면

고단한 삶에 지친 사람들이

가슴 열고 배를 채우고 정을 채우는 순천웃장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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