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리
김혜련
웅성대는 겨울추위를 호주머니 가득 채우고
지리산에 들러 얼음물 한 사발 얻어 마시고
첫새벽 시오리길 걷고 또 걸어
순천 송광사에 와서 비로소 몸 푸는 그녀
뒤꿈치 다 닳은 눈이 몸집을 줄여 잔뜩 웅크리면
치맛자락 나풀나풀 봄비가 지나가고
동면하던 목어도 얼어붙은 불심도
하나 둘 깨어나 봄의 시작을 두드린다
겨우내 쌓인 각질을 공들여 닦아낸 뒤
모처럼 노란 귀걸이를 화사하게 달고
상춘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악수를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