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파마

by 김혜련

파마


김혜련


시간을 깔고 앉아 졸고 있는 여름 한낮

새벽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는

온몸에 피어난 소금꽃을 씻어내지 않은 채

아가, 빠마허러 가자

땀 젖은 내 손을 잡아당기네

이 세상에 머리카락 없는 사람이 있을까

2년째 자르지 못한 내 머리카락은

집안 구석구석 솜털처럼 날아다니고

수챗구멍을 막는 문지기 역할도 곧잘 하네

미용실에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

어머니는 지금껏 내 머리카락을

집에서 쓰는 낡은 가위로 잘라주셨네

자른 머리카락을 오일장에 내다팔아

복숭아며 감을 사오기도 하셨네

그런 어머니가 오늘은 파마하러 가자고

눈이 찢어지게 눈물 나게 웃으시네

동구 밖을 지나고 목성리 골목골목 꼬부랑길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땀을 훔치며 들어선 미용실

똑같은 머리 모양을 한 아줌마들이 수다꽃을 피우고 있었네

우리 딸내미랑 나랑 예삐게 빠마해줘

절대 안 풀리게 빠글빠글 잘 볶아줘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