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엘레지
김혜련
그림자도 없는 겨울바람이
사계절 내내 우우우
울음 삼키는 옥상
나 같은 사람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 같은 사람도
무엇인가를 꿈꿀 수 있을까
서울 올라와 옥탑방에
세 들어 산 지도 어언 4년
외로움 이기는 유행병 같은 반려견 앓이도
나에게는 치명적인 사치다
시골에 계신 노모께도 차마 꺼내지 못한
낡은 트럭의 녹슨 뒤꽁무니 같은
신산스런 서울살이의 애환을
어두운 평상에 쪼그려 앉아
밤새 맨발로 걸어 다니는 별님과
연거푸 하품을 하면서도 밤이 새도록
졸지 않는 달님에게 다 털어놓는다
끊임없이 알바를 하고
끝도 없이 이력서를 쓰고
가는 허리를 있는 대로 졸라매지만
좋아하는 사과 한 알 선뜻
사먹을 수 없을 만큼 주머니가 시리다
지친 어깨 위로 얼음 같은 한기가 내려와
이러다 감기 들겠다며 방으로 들어가라고
뜻밖에도 따뜻한 손길로 내 등을 떠민다
어두운 평상에 쪼그려 앉아 있으나
옥탑방에 웅크리고 누워 있으나
어차피 어깨가 시리기는 마찬가지인데
이불도 덮지 않은 겨울바람이
일 년 내내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