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
김혜련
어제 밤늦게 퇴근하여
천일염에 절여둔 그리움 백 포기를
동치미 국물 같은 찬물에 씻고 헹궈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가 반강제적으로
김치냉장고에 등 떠밀 듯 데려다준 후
출근을 서두르는 초겨울 아침
모내기철 거머리처럼 목젖에 달라붙어 있는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재채기처럼 불쑥 튀어나온 그 질문
너무나 낡은 질문인가?
끝끝내 모범답이 보이지 않아
그리움, 외로움, 서러움을
정장 주머니 속에 가득 넣고 발길을 재촉하네
먼 그리움과 손가락에 끼워둔 외로움 한 다발이
카키색 바람으로 긴 머리카락을 풀어헤칠 때
산다는 것은 외로움이란 것을 새삼 깨닫네
남편이 있고
자식들이 있고
친구들이 있고
심지어 수많은 제자들이 있어도
서러움이 골다공증 앓고 있는 몸으로
삶의 한복판에서 마른 눈물을 훔치네
당신은 나와 너무 가까이 살을 맞대고 있어
오히려 당신의 진솔한 속내를 외면하곤 했네
정장 주머니에 휴대폰 하나도 넣을 수 없을 만큼
움들이 가득 차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