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노루귀

by 김혜련

노루귀


김혜련


지난겨울 전당포에 맡겨둔 봄바람을

황금보다 존재감 큰 황사 닷 돈을 주고

찾아온 삼월 중순 어느 날


갈뫼골 고목나무 밑에서

겨울을 나던 노루귀가

갑자기 보내온 카톡 소리에

에코백 가득 그리움을 채우고

단걸음에 달려갔네


하얀 얼굴은 내 초등학교

2학년 때 짝꿍 선희를 닮았고

자줏빛 털이 보송보송한 귀는

내 애착인형 봉구를 닮았네


담도질환을 달고 사는 나를 걱정하며

겨울 추위를 이겨낸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주며

자신의 발가락 두 개를 선뜻 잘라주며 미소 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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