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칸타
김혜련
자칭 국가정원지기인 나는
겨우내 몸단장을 마친
순천만국가정원이 문을 활짝 연다기에
경상도 절친을 순천만국가정원으로 초대했네
사람들의 물결이 드문
한적한 억새길을 절친과 걸으며
땅을 뚫고 올라온 여러 식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며
행복 만찬의 시간을 즐기는데
억새길 끝에 문지기를 자처하며
서 있는 그 풍요로운 나무군단의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아 내심 당황했네
친구야! 요즘 나는 가끔 특정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당혹스러울 때가 있어
파프리카, 브로콜리, 프리뮬러, 루피너스
이런 단어들이 생각나지 않아 걱정 돼
저렇게 어깨동무를 하고 무리지어 서 있는
문지기 나무 이름도 생각이 안 나
절친은 자기도 곧잘 그런다며
내 어깨를 두드리며 웃네
심지어 당근, 국자 같은 흔한 단어도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며
또르르 또르르 웃네
아! 이제야 생각났어
저 문지기 나무 이름이
피라칸타야
이름이 이국적이어서 어렵지
그카네 그라믄 쉽게 외워뿔자
꽃 필라칸타
요러믄 어떠켔나
니캉내캉 절친 아이가
알알이 영근 우리 우정
저 꽃말처럼
저 등황색 열매처럼
붉디붉게 필라칸타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