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스럼

by 김혜련

부스럼


김혜련


해질 무렵 노을이

추억이라는 숨겨둔 속살을

한 올 한 올 어루만지며

공들여 붉게 화장을 하고 있습니다


노을은 시간의 무게만큼 무거운

붉은색 전등을 하늘 곳곳에 매다느라

발끝이 보이지 않도록 뛰고 있습니다

털집 마당에 가을 추수 끝낸

볏짚 같은 결절이 보입니다

잠시 후 고름집이 출렁거립니다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파동은

스테로이드를 불러오라 게거품을 뭅니다


마음 급한 노을은

119 부를 생각도 못하고

온찜질이라도 하라며

이마에 맺힌 땀 훔칠 겨를도 없이

아궁이 가득 군불을 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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