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우라

by 김혜련

가우라


김혜련


어젯밤 어둠이 만지다 내려놓은

잘 익은 바람이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의 안부를 묻듯 분다


새벽부터 꽃단장한

유난히 다리가 긴

북아메리카 출신 발레리나들이

이곳 순천만국가정원에 와서

하얀색, 분홍색 발레복을 입고

바람과 뜨거운 악수를 하며

살랑살랑 한들한들 춤을 춘다


밑 빠진 독에 퍼 담은 외로움을 털어내듯

실지렁이만큼 길어진 향수를 토닥이듯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서 지치지도 않고 춤추는

그대들은 진정 열정의 발레리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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