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꿩의비름
김혜련
아파트 베란다 안으로
키 큰 햇살이 맨발로 걸어 들어오듯
오랫동안 가든마켓에서 살던 너는
비 내리는 어느 날 오후 그렇게
우리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메이크업에 능한 또래 여자애들과 달리
분칠 한 번 하지 않은 해맑은 얼굴로
부끄러워 부끄러워
검은색 간이화분에
맨발을 숨기고
어설프게 걸어 들어오는 너를 보며
나는 한참이나 소리 내어 웃었다
의도하지 않은 너와의 동거를
부정하는 웃음이 아니라
환영의 메시지라는 것을
너는 부디 오해 없길 바란다
매일 밤 귀가하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기도의 촉수가 더 날카로워지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절박함을
별빛 닮은 너의 얼굴을 보며
희망이라는 한 그릇의 욕망을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