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이가 들면

by 김혜련

나이가 들면


김혜련


세월의 모서리가 닳고 닳아

걷기 힘들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요즘 부쩍 입맛이 없다고 울먹이는

친정엄마가 눈꺼풀에 걸리고 걸려

올해 처음 꺾은 참두릅과 고사리 품에 안고

친정 가는 버스에 몸을 맡긴다


앞좌석에 앉은 중년여성 네 사람

나이가 든께 머크락이 많이 빠져브러

머리가 흑해져도 염색을 못헌당께

나이가 들면 좋아지는 것이 뭐 있단감


잘 익은 묵은지 같은 그녀들의 말소리에

나도 몰래 귀가 열려

당신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네요

바로 저의 이야기네요, 하고 하마터면 고백할 뻔했어요


세월의 모서리가 닳고 닳아

서 있기조차 버겁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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