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순천만국가정원 가는 길

by 김혜련

순천만국가정원 가는 길


김혜련


설렘을 나노 크기로 잘게 썰어

호주머니가 불룩하도록 집어넣고

순천만국가정원으로 가는 길

아찔한 은목서 향이 마중 나와 손을 흔든다

고즈넉한 서문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키 큰 은갈치색 억새들이

가을바람이 던지는 추파에

몸을 부비며 향기로운 춤을 추고 있다

핑크뮬리의 붉은 볼을 만지작거리며

눈부신 웃음을 날리는 햇살의 안내에 따라

나는 그의 등 뒤에 바짝 붙어 한국정원으로 들어간다

세월을 내려놓고 동안거하는 연못의 연잎 줄기들이

낮은 목소리로 불경을 외우고 있다

살신성인하듯 살구나무는 잎사귀 한 잎 두 잎

불전에 정성스럽게 올리며

연잎이 들려주는 불경에 귀기울이고 있다

뒤란에서 졸던 노란 산국이 화들짝 깨어나

쟁반 가득 가을을 담아내어 손님 대접하느라 바쁘다

가을이 짙어질수록 점점 이성적으로 변하는 나무들

차분하게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

나는 그것을 비로소 깨달으며 이제는

나무가 되고 싶다고 가만히 속삭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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