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롤라 Apr 21. 2022

비일상 공간 705호

Resfeber

705호는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이름으로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무형의 가상공간이다. 19호실은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곳, 고요히 침잠할 수 있는 곳이지만 705호에서는 세 명의 멤버가 함께 한다. 19호실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는 누구의 요구에도 응할 필요가 없으며, 아무런 역할을 할 필요도 없다. 그저 각자 자신으로 있기만 하면 된다. 이곳에서 우리는 글을 쓴다. 목적이 있는 글을 쓸 때도 있지만 대체로 각자의 욕구에 의한 글이며 그냥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혼자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기와는 다르다. 그렇게 쓴 글을 함께 읽으며 서로에게 귀를 기울인다. (우리는 때로 같은 주제를 놓고 쓰기도 한다.)

카탈리아 장미를 닮은 캐롤, 탬버린 장미를 닮은 세실리아와 서향동백을 닮고 싶은 롤라가 모임의 멤버이며 0, 7, 5라는 숫자는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의 조합이다. 19호실은 혼자서 누리는 공간이지만 705호에서 우리는 혼자이지 않으며 서로의 글쓰기를 지지한다. 한 달에 두어 번 느슨한 글쓰기 모임을 가지며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모닝페이지를 쓰고, 한 시간 이상 아티스트데이트 시간을 갖는다는 것 외에 다른 규칙은 없다. 우리는 705호라는 비일상 공간을 방문하며 글쓰기를 통해 생활의 밀도를 높이고 이러한 활동을 하며 주어진 삶을 더 풍요롭게 살 수 있기를 원한다.

resfeber. 스웨덴어로 새로운 일을 앞두고 느껴지는 두근거림을 말하며, 불안 반 기대 반이 담긴 스릴에 가까운 감정이라고 한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흔히 느껴지는 감정으로 705호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길 바라는 감정이다. 705호는 19호실보다 더 넓고 큰 세계이며 실험적이고 관념적인 공간에서 확장하는 세계이다. 왜 하필 글을 쓰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냥 쓰고 싶기 때문이다. 뭔가 쓰고 있으면 감정이 해소되고 기분이 개운해진다. 그것만으로 일단 충분하지 않을까. 705호는 우리의 작은 실험이며 함께 하는 놀이이다. 이 살맛나는 재미를 어찌 놓칠까. 책과 함께 705호에서 함께 하는 미세하지만 끊어지지 않는 움직임이 각자의 삶에 티핑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기를 우리는 꿈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