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생의 작가 되기
나는 블로그 글을 200개나 올린 사람이었다.
그 누구도 관심 갖지 않던 글을
묵묵히, 꾸준히, 아주 조용히 올렸던 사람이었다.
주로 밤에 썼다.
세상이 조용해질 때, 내 안에 웅크린 문장이 천천히 고개를 들 때.
아무도 안 본다는 걸 알면서도,
어딘가에 남기고 싶어서 계속 썼다.
그땐 그랬다.
‘이렇게 글을 쌓다 보면, 언젠간 나도 성공하겠지.’
막연했지만 진심이었다.
그런 내게 브런치는, 작가가 되는 마지막 관문처럼 보였다.
나는 브런치를 바라보며 썼다.
‘선택받는 글’을 쓰고 싶어서
문장 길이도 맞추고, 감성도 맞췄다.
몇 번이고 고치고, 또 고쳐서
하나의 글을 올렸다.
처음엔 떨어졌다.
두 번째도 떨어졌다.
세 번째도, 네 번째도.
거의 네 번의 지원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날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메일 제목에 “축하합니다”라는 말이 적혀 있었고,
나는 혼자 방 안에서 ‘나 진짜 작가야!’ 하고 속으로 소리쳤다.
진짜 뭐라도 된 것 같았다.
이제는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세상이 조금은 내 글을 읽어줄 줄 알았다.
근데 말이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가 된 그 이후,
나는 더 정성스럽게 글을 썼다.
한 편 한 편, 마음을 다해서 올렸다.
때론 몇 천 자짜리 고백을,
때론 스스로도 읽기 민망할 만큼 솔직한 이야기들을.
내 진심이 담긴 말들을.
근데
조회수는 여전히 100도 안 됐다.
좋아요는, 가끔 한두 개.
댓글은 거의 없었다.
‘작가’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아무도 나를 읽지 않았다.
그게 너무 허망했다.
무슨 문이라도 열릴 줄 알았는데,
그 문 뒤에도 똑같이
고요하고 낯선, 무반응의 공간이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뭐가 문제일까. 내가 특수한 얘기를 안 써서 그런가?’
그래서 꺼냈다.
내가 특수도움반에 다녔던 이야기.
아무도 잘 꺼내지 않는 단어.
내가 진짜 내 과거를 꺼내보이며 적은 글.
중학생인 내가 꺼내기엔 꽤 무거운 단어였지만,
‘이건 누군가는 봐줄 거야’ 하는 마음으로 용기 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인기가 없었다.
그 순간, 진짜 웃음이 나왔다.
쓴웃음.
‘와, 이건 진짜 사람들 관심 끌 줄 알았는데.’
그렇게 예상하고 쓴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나는 그냥 ‘재미없는 사람’인 걸까.
그제야, 구독자 수가 보였다.
10명 남짓.
그중 절반은 나와 같은 작가들,
서로 구독만 해놓고 소식은 읽지 않는 사람들.
실제로 내 글을 읽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일까?
현타가 오지게 왔다.
정말이지, 그냥 앉아서 가만히 현타가 들이치는 걸 봤다.
나는 예전엔 이런 현실이 무서워서
계정을 지웠다.
내 글을 부끄러워했다.
지우고, 숨고, 도망쳤다.
그런 내가 지금은
블로그 200개, 브런치 100개의 글을 썼다.
삭제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이번엔 지우지 않고 그냥 두었다.
지금은 그게 제일 웃긴다.
나는 인스타에서 ‘작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책을 냈다고 하고, 방송을 탔다고 하고,
글 하나로 수천 명의 공감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그게 부러워서,
그 사람들 피드를 보며 괜히 속이 쓰렸다.
나도 잘 쓰고 싶은데.
진짜 잘 쓰고 싶은데.
그래서 다른 작가들 글도 필사해 보고,
문장 구조도 분석해 보고,
하루에도 몇 번씩 문장을 고쳐 썼는데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렵고, 여전히 힘들다.
근데도 쓰고 있다.
이건 진짜다.
정말 내가 쓰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은
거짓이 없다.
내가 원하는 ‘성공’은
아직 오지 않았다.
어쩌면, 평생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쓰면서
사람들이 아무 말도 안 해도,
나 혼자 한 문장 완성했을 때
그 짧은 순간만큼은 세상이 조용히 나를 인정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쓴다.
앞으로도 계속 쓸 거다.
지금 이 글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조회수 17, 좋아요 2일지라도
괜찮다.
이제는 그냥
쓰고 있는 내가 웃기고, 그래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