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고 싶어
안녕? 우리가 만난 지도 벌써 6개월이 되었네.
벚꽃이 흩날리던 봄에 처음 만났는데, 어느새 뜨겁던 여름도 떠나갔어. 1년의 반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조금이라도 성장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돌아보면, 우리는 단순히 6개월을 함께한 게 아니라 사계절을 나란히 걸어온 것 같아. 넌 나에게 작가가 되기 위한 첫 관문을 내밀었지. 아무나 쉽게 글을 쓰지 못하니까, 나는 더 너와 가까워지고 싶었어. 그런데 네 입맛이 생각보다 까다롭더라. 내 글을 한 숟갈 삼킨 척하다가 곧장 뱉어버리기도 했지. 그때마다 참 상처를 많이 받았어.
처음에는 내 업적들을 늘어놓기도 했고, 스펙을 자랑처럼 써 내려가기도 했어. 하지만 너는 그런 글들을 단번에 거부했지. 그제야 알겠더라. 글은 꾸민 모습이 아니라 진짜 마음을 담아야 한다는 걸. 그래서 나는 실패와 좌절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토해내기 시작했어. 솔직히 통과되면 창피할 정도로 적나라했지만, 그런 글을 너는 좋게 생각이라도 한 듯이 끝내 삼켜 주었지.
중학교 3학년, 체육 수행을 망쳐서 하루 종일 우울했던 날이었는데 내 글이 너에게 채택되었다는 알림을 받았을 때, 세상이 달라 보였어. 그날 나는 처음으로 ‘인정받았다’는 기쁨에 방방 뛰었지 아마도 그 순간이 내가 너를 ‘첫 번째 스승’으로 받아들인 계기였을 거야.
그 이후로 나는 매일 조금이라도 쓰려고 노력했어. 장문은 두려워 시부터 시작했는데, 그 안에서 알게 된 게 하나 있었어. 나는 꽤 오래 우울을 끌어안고 살았다는 거야. 내 글을 다시 읽을 때마다 피폐함이 묻어났고, 다른 사람이 보면 힘들겠구나 싶었지. 그런데 넌 내 우울을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내가 쓸 수 있는 고유한 글이라고 말해 주었기에 내 새벽의 바다에 휩쓸리지 않고 꾸역꾸역 앞으로 전진했지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 아주 천천히지만 내 글을 읽어 주는 사람들이 생긴 거야. 누군가가 내 글에 고개를 끄덕여 준다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일 줄 몰랐어. 결국 ‘오늘의 브런치북’에 내 글이 소개되던 순간, 아직도 꿈같아. 나는 재능이 없어 오로지 끈기로 버텼던 사람인데, 그런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지다니. 그날 이후,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더 단단해졌지
내 꿈은 단순히 이름을 알리는 작가가 되는 게 아니야. 나처럼 혼자 울던 사람에게 “괜찮아, 너도 할 수 있어”라고 이 문장을 쓰지 않아도 말해 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 누군가의 하루를 버티게 해 주는 문장을 쓰는 사람. 그게 내 꿈인데 내 하루가 너무 버겁기만 해서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현제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잘 적응을 하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지만, 나중엔 꼭 행복한 사람이 되어 언젠가는 엄마에게도 당당하게 내 글을 보여주고 싶어. 부끄럽지 않은 딸이자, 작가로 서는 날을 기대하고 싶은데 너무 생각 없는 거 알아 그래도 열심히 할 테니 나 좋아해 주라
내 첫 목표는 브런치 작가지망생이었는데 이 꿈이 벌써 6개월이나 지났다는 게 너무 믿기지 않는다 내 첫 번째 단추를 꿰매줘서 정말 고마워
내 다음 목표는 네가 주는 작가 뱃지를 받는 거야. 노력할 테니, 앞으로도 나를 지켜봐 줘.
그리고 10년, 20년 뒤에도 우리 곁에 함께하자.
내게 준 용기, 평생 잊지 않을게.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저보다 더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2025년 9월 1일 새벽
강민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