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나무의 비극

뿌리 얕은 인생

by 김종진

문화센터 옆 넓은 공터에 두 그루의 올리아스 나무들이 봄을 맞아 가지에 물이 활짝 오르고 가지마다 푸릇푸릇한 잎들이 호시절을 맞아 풍성하게 활짝 피어올랐습니다. 제철을 맞아 나뭇가지마다 잎사귀들을 뽑아 올린 그 싱그러움에 마음이 설렜습니다. 금요일에 날씨가 변덕을 부리면서 우박과 눈이 섞여 내리고, 바람은 그리 크게 불지 않은 것 같은데 토요일에 교회에 가보니 둘 중에 약간은 작은 나무가 뿌리를 하늘로 드러내고 마당 가운데 넘어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높이가 7-8m 되고, 나무 직경도 25cm가 되고 두 줄기로 튼튼하게 자라던 나무인데 그리 큰 바람도 아니었는데 넘어져 있는 것이 이상해서 이유를 곰곰이 찾아보는데 척하니 드는 생각이 없습니다.


'이상하다.'


그래서 쓰러진 나무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뿌리가 너무나 얕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설마 이렇게까지 큰 나무가 뿌리만 조금 깊게 내렸어도 …'


나무가 높이 자라고, 가지들과 잎사귀들이 풍성하게 뻗어나가는 무게를 뿌리가 견디지 못한 것은 분명했습니다. 원인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수일동안 그대로 넘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 나무를 살려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엊그제 아무라 전도사와 함께 나무를 살펴보고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를 의논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 나무는 뿌리를 얕게 내린 것일까에 대한 의문은 아무라 전도사의 말을 통해서 풀리게 되었습니다.


'목사님 이 나무는 옆에 있는 이 큰 나무의 뿌리가 옆으로 퍼지면서 자란 새끼 나무라서 뿌리를 깊이 내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큰 나무에서 뻗어 나온 뿌리가 얕게 땅속을 10여 미터 지나서 이동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왜 뿌리를 얕게 땅에 두고 자라는 지를 알듯 싶습니다. 나무의 크기가 자라고 나무의 두께도 꽤나 두껍게 자라면 스스로 수분과 양분을 찾기 위해서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려야 했을 텐데, 이 나무는 아직도 어미나무에 의존한 듯합니다. 그 뿌리가 너무나 빈약했습니다.


어쨌든 이 나무를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그동안 자라난 나무가 너무 아깝기에 살리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뿌리가 너무 얕은 나무를 살리기 위해서 우선은 두 갈래로 뻗어나간 줄기에서 하나의 밑동을 잘라내었습니다. 그리고 뿌리가 스스로 위 부분을 감당할 수 있도록 나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위 부분 1/3 정도를 잘라내고 이래 저래 봄이라 새롭게 뻗어 나온 가지들을 과감하게 잘라 내었습니다. 그리고 마당의 한편에 나무뿌리가 자리 잡을 땅을 파고 이 나무를 옮겨 심였습니다. 그리고 버팀목은 잘라낸 나뭇가지로 잘 묶어놓았습니다.


아직도 넓은 마당 한가운데 뿌리를 내놓고 무성한 가지와 함께 쓰러져 있던 나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잎이 무성하지만 열매가 없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예수님의 이야기도 떠오릅니다. 언 듯 풍성한 가지와 많은 나뭇잎처럼 사업과 사역들을 무성하게 벌려놓고 자랑하지만 한순간 조그만 삶의 풍파로 엎어져버리는 인생들을 생각해 봅니다. 사실은 깊이 있는 영성의 뿌리가 받침이 되지 못하게 되면 찾아오게 되는 비극입니다.


큰 바람도 아니었는데, 자기 몸무게도 견디지 못할 정도의 빈약한 뿌리로 인해서 땅에 쓰러져 버린 나무의 비극과 또한 자립하지 못하고 여전히 모나무에 수분과 양분을 의존하고 있었던 이 나무의 비극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미래일 수 있다는 경고로 다가옵니다.


20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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