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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 사용법

꿈 이용하기

꿈 이야기

by 아론

외로움을 느낌을 알게 되는 꿈을 꾸었다. 옛 친구들, 연인들과 함께하는 꿈이다. 함께 어느 장소에서 손을 잡거나 살을 맞대고 누워있거나 이루어질 수 없는 시간을 꿈꾼다. 깨고 나서 부끄럽고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이토록 나약한 인간이었구나' 이미 알고 있는 말을 속으로 삼킨다. 내 꿈은 나만 알고 있고, 금방 사라져 버릴 것임을 알고 안도한다.


꿈이란 미래를 암시한다고도 하며 욕망을 표출하거나 부족함을 채우는 수단으로 쓰인다고 말한다. 나는 후자에 손을 드는 편이다. 종종 살면서 어떤 느낌을 받고 있는지 잘 모를 때에 꿈을 이용한다. 난 해야 하는 일들을 납기 내에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며 미루거나 안 풀리는 일이 쌓여있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이 조용한 상처들을 느끼지 못한다. 그럴 때 꿈을 애용한다. 어떤 마음을 느끼고 있고 어떤 상처를 받았으며 어떤 부분을 채워야 할지에 대한 상담사가 되어주는 꿈을 조심스레 해석한다. 회피하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자주 들지만 반드시 끝에는 직면해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피로가 많이 쌓일 때 주로 꿈을 꾼다. 적게 잔 날의 꿈은 비교적 생생한데 이런 날은 일상이 힘들다. 꿈과 일상이 바뀌어버린 것처럼 기운이 없다. '퇴근하고 좀 자야지' 하면서도 오후에 잡힌 진료예약과 공부와 취미리스트가 날 떠민다. 아직 잘 때가 아니라면서 몽롱한 눈을 비비고 안약을 넣으며 버텨본다. 낮잠을 잠깐 자는 게 더 효율이 좋겠지만, 혹시라도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면 못 깰까 싶어 베개를 치운다.


휴일에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면 다시 눈을 감곤 한다. 의미 없는 행동임을 알아도 쇼츠를 넘기는 손가락처럼 그런 깨달음은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늦은 점심을 맞이한다. 기분 좋은 오후의 시작이 억지 스트레칭으로 깨우는 부지런한 아침보다 값지다고 위로하며 해야 할 일들과 하루를 더듬는다. 최근에 깨달았는데, 난 평일에 못한 일들을 주말 캘린더에 한 줄씩 추가하는 습관으로 주말에 해야 하는 일의 양이 상당해진다. 다 끝내지 못하면 쉬는 시간을 못 갖는데, 휴일을 평일처럼 보내는 가장 멍청한 방법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잠시 유튜브를 보다가 2~3시간이 훌쩍 지났다. 기분 나쁠 때 옆에 있는 사람에게 내는 화풀이처럼 아침의 나를 꼬집는다. '더 일찍 일어났더라면' 이용하려다 되려 당하는 나를 허탈한 웃음으로 쓰다듬다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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