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함을 느낄 때 주변에 표출하지 않는 편이다.
처음엔 어떻게든 알리려고 했다.
안타깝게도, 더운 여름날 우리처럼 서서히 멀어져 갔다.
대다수 안정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그와 반대로, 난 불안정함도 선호한다.
대가의 작품보다 학부생의 졸업작품에서 느끼는 점이 많다.
그 어떻게 될지 모름에서 멜랑꼴리함을 느낀다.
멈추면 거기서 끝이지만, 나아가면 뻗어나가게 된다.
움켜쥔 스프링처럼 튀어나가는 그 느낌을 사랑한다.
마음이 복잡하고 답답할 때, 기초부터 다시 살핀다.
그럴 때마다 아주 볼품없는 파편이 박혀있음을 알아차린다.
즉시 '나'에 속했던 부족함을 파낸다.
정말 지치고 힘들 때는 그 상태로 둔다.
충분히 휴식하고 다시 진행한다.
지칠 때는 그 모습마저 볼품없이 느껴지기 때문에,
아주 조용히 도출작업을 실시한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서서히 진행한다.
내 불안정을 알아차리는 이는 '나' 이외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나의 착각이었는지 가까운 이들은 알아차렸다.
그리고, 내색하지 않고 곁을 지켜주었다.
나에겐 그들의 따뜻한 기다림이 필요했다.
그런 시간을 겪은 후 불안정함을 사랑하게 되었다.
달에게도 새카만 뒷면이 있듯이,
이것도 나의 일부임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