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술을 잘 마시는 편이다.
밖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주량은 소주 2병 정도 된다.
하지만 늘 술자리를 좋아한다고 둘러말한다.
덕분에, 술자리에서 말한 내용들을 잘 기억한다.
성격이나 취향, 가벼운 스몰토크들도 다음날까지 기억한다.
누군가의 험담이나 평소에 차마 하지 못했던 속 이야기들까지도
한 사람씩 돌아가며 그간의 생각들을 말할 때, 내 차례가 다가오면 긴장된다.
열심히 하고 아웃풋도 잘 내지만 시기와 질투심이 섞여 '놀고 있다'는 등의 말을 들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아무도 모름을 아무도 모른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맞는 건지 헷갈릴 때가 온다.
슬럼프에 빠지고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가고 있는 길이 맞더라도, 지금 당장 확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알고도 흔들린다.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아무리 힘든 일이나 걱정거리들이 다가오더라도 내력이 강하면 버틸 수 있다.
어느새 10년에 가까운 세월 속에서 내력이 단단한 사람이 되어왔다.
딱딱한 사람이 아닌 단단한 사람이 되고자 했다.
시간이 지나 견고해지고 응축된 단단한 사람이 되고자 했다.
시간만 지나 뭉쳐지고서 옹졸한 딱딱한 사람을 경멸해 왔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다름이 존재한다.
그들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한편으로 나의 옳음을 정리해 간다.
그 속에서 난 오늘도 어제보다 단단한 사람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