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친구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낸 뒤 집에 오는 길이 외롭다.
외로움의 크기를 안 뒤로, 즐겁게 노는 시간에도 두려워진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연인과 함께 할 때도 외로움을 느낀다.
혼자일 때의 외로움보다 두렵다.
함께할 때도 외로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어쩔 수 없는 걸음을 옮긴다.
현관에 들어서고, 적막함이 반겨준다.
이곳은 나의 집, 오롯이 혼자일 수 있는 공간이다.
어느 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고 한참을 지난 후에 깨달았다.
'이 감정을 벗어나지 말고 더 깊이 들어가 보자'
늪처럼 어두운 방 안에서, 감정의 심해 속으로 침잠했다.
난도질당한 마음을 붙잡고 허둥대다 벗어날 수 없음을 느꼈다.
그저 한 없이 내려가다 바닥에 닿았다.
그제야 땅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다.
우울한 마음이 차오르면, 보름달이 뜰 때가 많다.
저 달이 나에게 외로움을 채우는 걸까
저 달만큼 나에게 외로움이 차오른 걸까
최근에는 외롭고 우울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연차를 내거나, 시간을 확보해 나를 보듬어 준다.
몸에 박힌 가시들이, 나의 갑옷이 되어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