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느림에서 배우는 것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 건 여유에서 온 게 아닐까?

by 아론

지금은 훌륭한 성능의 갤럭시 S22 울트라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보급형 모델을 사용했다. 구매 당시에는 큰 결함이 보이지 않았던 갤럭시 A30모델을 구매해 사용했다. 숫자와 영문으로 적힌 사양과 살펴볼 수 있는 건 유튜브 후기, 공식 매장에서 좌우로 슥슥 슬라이드를 넘겨보는 것이 다였기에 별생각 없이 샀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 별생각 없음은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 듀얼코어 모델이었기에 멜론이나 유튜브를 틀고 다른 작업은 할 수가 없었다. 당시 만나던 친구가 연락이 늦게 된다고 불만을 토로하여 내 휴대폰의 성능을 자랑했다. 카카오톡을 열고 채팅방에 들어가는데 10초의 시간이 걸렸다. 그 10초가 현대의 인류에게는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덕분에 얻은 것들이 많았다. 도란도란 모여 맛집을 찾거나 할 때, 이미 가게 2~3군데는 찾아봤을 즈음 나는 어플에서 검색을 시작하였기에 귀찮음에서 해방되었고 삶의 패턴을 5초 정도 여유 있게 가져가는 습관이 생겼다. 조급하면서 사실 정확히 하는 게 적었던 당시에는, 배울 점이 많은 휴대폰이었다.


어지간한 고사양 게임이 아닌 한 어플 사용에는 문제가 없었기에 공부하는 데에도 지장이 없었다. 다만 어떤 어플을 실행시킬 때 수지타산을 따지기 시작했다는 점이 특장점이었다. 소모적인 대화나 장단 맞추기 식 킬링타임에는 맞춰갈 수도, 맞춰가기도 싫었다. 지금도 그렇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답답한 마음이 들게 했고 어떤 의미로는 별종 혹은 특이한 사람이다라고 불렸던 나는 성능 저하가 발생되는 시점에 새 휴대폰을 구매했다. 앞서 말한 특장점 외에도 다양한 특대 사이즈 단점들이 많았기에, 다음부터는 좋은 모델을 사서 오래 쓰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가끔 그 휴대폰이 그리울 때가 있다.


지나고 보니 좋은 추억이었을 그 휴대폰이 중고매장을 거쳐 어딘가에서 재사용된다면 비슷한 운치와 여유를 즐기는 사람에게 전해졌기를 바라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센스 스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