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사람들과 생각과 위스키를 나누는 자리에 갔다. 브랜드 홍보대사도 참석한 자리였기에 강의도 훌륭했고 유익했다. 위스키의 전통과 몰랐던 조주과정, 그리고 역사와 함께 취하는 자리가 좋았다. 옆 사람들과 처음 보는 자리에서의 서먹한 것은 어쩔 수 없고 각자의 결에 따라 나누는 대화 속 서서히 번져갔다.
자리를 옮겨 2차에 간 후 취기에 오른 이가 있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이였지만 구석에서 혼자 휴대폰만 보고 있기에 바쁜 일이 있는가 보다 하고 두었는데, 그것이 섭섭하다 하였다.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기억의 한 자락에서, 아까 전에 당신도 동갑내기인 사람과 대화하며 소외시킨 것을 꺼내어 맞받아쳐 웃으며 넘어갔다.
하나, 둘 다음을 기약하며 떠나고 빈자리로 그는 옮겨갔다. 나는 오랜 친구가 옆 사람의 선배인 것에 신기해하며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세워주며 추억을 회상했다. 건너편에 앉은 사람은 모임의 고도화를 논하며 초심자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전문가들만 모이는 자리에 가고 싶다는 투정과 함께 특정인을 까내리기 시작했다.
내 생각을 피력했다. 초심자도 함께 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이 좋지 않냐고, 그는 입장을 고수하며 '실망'이라는 단어를 입밖에 내뱉었다. 쉽게 잊곤 한다. 본인의 입으로 내뱉은 말들은 본인을 향하는 말들이라는 것을.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슬슬'이라는 단어가 입 안에 근질거릴 즈음 옮겨갔던 취한 이가 욕지거리를 토했다.
눈빛에서 이미 이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들짐승의 눈을 한 그를 상처받는 이들과 격리시켰고 자리는 씁쓸히 파했다. 건강 악화로 마지막으로 참석하려던 모임은 정을 뚝 떼어내며 끝이 났다. 힘주어 뜯어내려다 튀어나온 부분과 함께 살갗이 떨어져 나가듯 푹 패인 기억으로 남았다.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의 말과 표정, 타인을 향한 어조와 쉽게 비판을 가장한 비난을 하는지를 살핀다. 그들에게 상처받은 이를 챙긴다. 배우며 사람들과 나누려면 조금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가해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음은 당연하다. 다만, 그들이 휘두른 몽둥이에 상처받지 않으려면 때때로 나를 무는 짐승을 물어뜯어야 할 때가 있다.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