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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Jan 10. 2024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도, 나도

사람들과 생각과 위스키를 나누는 자리에 갔다. 브랜드 홍보대사도 참석한 자리였기에 강의도 훌륭했고 유익했다. 위스키의 전통과 몰랐던 조주과정, 그리고 역사와 함께 취하는 자리가 좋았다. 옆 사람들과 처음 보는 자리에서의 서먹한 것은 어쩔 수 없고 각자의 결에 따라 나누는 대화 속 서서히 번져갔다.


자리를 옮겨 2차에 간 후 취기에 오른 이가 있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이였지만 구석에서 혼자 휴대폰만 보고 있기에 바쁜 일이 있는가 보다 하고 두었는데, 그것이 섭섭하다 하였다.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기억의 한 자락에서, 아까 전에 당신도 동갑내기인 사람과 대화하며 소외시킨 것을 꺼내어 맞받아쳐 웃으며 넘어갔다.


하나, 둘 다음을 기약하며 떠나고 빈자리로 그는 옮겨갔다. 나는 오랜 친구가 옆 사람의 선배인 것에 신기해하며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세워주며 추억을 회상했다. 건너편에 앉은 사람은 모임의 고도화를 논하며 초심자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전문가들만 모이는 자리에 가고 싶다는 투정과 함께 특정인을 까내리기 시작했다.


내 생각을 피력했다. 초심자도 함께 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이 좋지 않냐고, 그는 입장을 고수하며 '실망'이라는 단어를 입밖에 내뱉었다. 쉽게 잊곤 한다. 본인의 입으로 내뱉은 말들은 본인을 향하는 말들이라는 것을.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슬슬'이라는 단어가 입 안에 근질거릴 즈음 옮겨갔던 취한 이가 욕지거리를 토했다.


눈빛에서 이미 이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들짐승의 눈을 한 그를 상처받는 이들과 격리시켰고 자리는 씁쓸히 파했다. 건강 악화로 마지막으로 참석하려던 모임은 정을 뚝 떼어내며 끝이 났다. 힘주어 뜯어내려다 튀어나온 부분과 함께 살갗이 떨어져 나가듯 푹 패인 기억으로 남았다.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의 말과 표정, 타인을 향한 어조와 쉽게 비판을 가장한 비난을 하는지를 살핀다. 그들에게 상처받은 이를 챙긴다. 배우며 사람들과 나누려면 조금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가해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음은 당연하다. 다만, 그들이 휘두른 몽둥이에 상처받지 않으려면 때때로 나를 무는 짐승을 물어뜯어야 할 때가 있다.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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