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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Dec 20. 2023

철학의 밤

첫 단추

나는 철학을 좋아한다. 누구나 겪는 3년 차에 친구 삼촌께서 추천해 주신 [순수이성비판]이라는 두툼한 책을 즐겁게 읽었다. 아직도 그 내용이 확실히 어떤 내용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이후 철학책을 찾아 읽곤 한다. 내가 적으려는 글은 어려운 내용과 분석이 필요한 글이 아니다. 그저, 삶을 통해 얻는 통찰을 나누고 싶다.


삶이 힘들 때, 동양철학을 찾는다. 해석할 수 없는 한자들이지만, 풀이된 글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이 생각난다. 우리는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모래알갱이조차도 안되면서 왜 이리 힘들게 살아갈까.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최근에 대학원을 염두하고 있다. 오랜 기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기에, 떨리고 잘 될지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늘 '불광불급', '백문이 불여일견'과 같이 미치도록 해야 하는 것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나약한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자주 쓰러진다. 이런 내가 자주 미워진다.


혼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혼자 보내게 될 텐데, 정말 오랜만에 혼자 보내는 연말이다. 오롯이 혼자 잘 지내는 사람이 함께할 때도 잘 지낸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외로운 건 사실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최근에는 잘 모르겠으면 그냥 내버려 둔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건 하지 않는 게 좋다.


앞서 하던 질문을 가져와서, 잘 살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많은 성취를 쌓아가고 있다. '기회가 없는 인재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라는 목표에 걸맞은 영향력을 가지려면 필요한 자질들이다. 내가 가진 것이 있는 상태에서 나누어야지, 콩 한쪽도 없으면서 나누려고 하는 사람은 허풍쟁이가 아니면 사기꾼이다. 둘 다 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다시, 나는 잘 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런 무가치한 잡생각들이 나를 잡아먹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어떻게 할 수가 없으면, 이상함을 느낀다. 최근에는 이게 마음의 병이 아닌 몸의 병임을 깨달았다. 나 자신이 힘들고 지쳐있음을 알려주는 것을 나약함이라 착각했던 것이다. 역시 멍청하면 몸도 마음도 고생한다 싶었다.


이런 부류의 생각들이 몸과 마음을 휩쓸 때면, 철학을 찾는다. 그러다 나만의 문장을 찾고 생각을 이어나간다. 나에게 있어 글은, 삶과 닮아있다. 어쩌면 살기 위한 방법으로 글을 찾는 게 맞는 표현이다. 쏟아지는 생각을 정리하려면 나에겐 글이 필요하다. 정갈하게 갈아낸 글처럼 말하려 하기에, 좋은 스승인 철학이 필요하다.


오늘도 철학이 필요한 밤이다. 많이 힘들고 지쳐있다. 잠시 쉬어가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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