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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Apr 08. 2024

화살 같은 말들

저녁 10시 즈음 강남역에서 버스 기다리는 줄이 길었다. 겨우 타야 하는 버스 줄의 끝을 찾다 다른 버스 줄과 겹쳤다. 같은 줄을 선 사람 간에 타는 버스가 달랐다.


붐비는 시간대라 섞일 수도 있겠다 싶어 서로 타는 버스를 물어보고 줄을 바꿨다. 서로 자기 버스 번호만 외치고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기에 누군가 해야 했다.




그러다 옆에서 냉소적인 어투의 말꽂혔다. '오히려 헷갈리니까 말씀 안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순간의 감정을 누르고 '네'라고 한 뒤 마무리했다.


버스에 올라타며 생각했다. '기분 나쁘게 한 말이 있었나, 아니면 실제로 내가 헷갈리게 말을 했나?'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다.




종종 차갑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너 T야?'라고 많이 묻게 되는 사람들. 배려의 마음보다 표현이 앞서는 그들은 나와 맞지 않아 거리를 둔다.


그래도 한 번씩은 다시 한번 생각한다, 내 잘못이 있었는지. 없다면 그를 향한 온기를 거둔다. 그때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고 싶지도, 그럴 힘도 쓰기 싫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매사에 긴장했다. 실망스러운 사람이 되기 싫어 스스로를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가뒀다. 아주 비좁고 나를 사랑하지 않던 때였다.


다치고 굳은살이 생기면서 나만의 선이 생겼다. 할 말을 하고 선을 확실히 긋는다. 말하지 않으면 먹잇감이 된다. '네가 말 안 했잖아?'라고 하기 전에 말한다.


다만, 말 끝에 상대에 대한 배려를 매듭지어 보낸다.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푸근한 시골인심처럼 듬뿍 얹은 따뜻한 말을 사랑한다, 나는.


단단하지만 따뜻한 어른으로 자라고 싶다. 상처를 내기보다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고 싶다. 딱 필요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알맞은 배려를 건네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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