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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깨달음

핑계와 궁시렁

by 아론

피곤하단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걷다 대로에 누워있는 노숙자를 보며 생각했다. 발전하지 않는 삶을 사는 기분은 어떨까. 나는 그 삶을 감내할 수 있을까.


목표하는 미래에 다다른 후 노년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닌 모든 의미와 가치를 잃은 채로 살아가는 것에 나는 의미를 둘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살아온 길이 헛되더라도 견딜 수 있을까.


글쎄, 당장의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긴 잠을 자고 난 뒤에는 생겨난 체력으로 운동이나 공부, 바이올린을 켠다. 정기적으로 지인들과 만남을 갖지 않으면 적적함에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어 진다.




그렇다면 난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 그리고 공부에 섞이지 못하는 기름 같은 유튜브와 잔잔한 음악들을 체에 걸러내야 한다. 3.5개월간 2024년은 꽤 잘 살고 있다. 나머지 8.5개월을 자주 웃고 행복하게 살아내려면 조금은 차갑게 나 자신을 대해야 한다.


늘 자신과의 싸움에서 경멸하거나 다투지 않고 지나가기가 제일 어렵다. 밤이 늦었다. 오늘을 잘 살아냈다는 정신승리와 함께 오늘도 잠에 든다. 내일의 나에게 미안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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